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산책을 나가셨겠습니다.

늘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 보기 좋고 존경스럽습니다.



선생님,

먹구의 푸념 최종본을 보내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의 글을 만졌습니다.

주말에 최종 교정을 보면서 이 정도의 책이면

어디에 내어 놓아도 좋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제가 지금까지 책을 만들어 보면서 선생님께서 가장 연세 많은 작가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많은 애착을 가지고 한 번 더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부터 선생님께서 저를 믿어주셔서 책임감과 기쁨이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보내주신 세 편의 글 중에서 두 편을 수정해서 수록했습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끝까지 저를 믿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을 제외한 다른 모두가 한 편이라도 더 읽고 싶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보내주신 '입향조 직장공 유기에 대한 고찰'은 이 책에 들어갈 내용과 구성이 아니라 생각해

넣지 않았습니다.

형식은 다르지만 내용도 여러 번 중복되었던 것이고, 이 글이 들어가서 다른 글의 흐름을 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글을 접하고 처음부터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수상록의 이름이 붙었지만

일기를 문학적으로 승화시켜보자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작업을 다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교정과 교열을 하면서

보통의 작가들이 펴내는 수필집에 전혀 내용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하는 나라에 계시는 형수님께와 같은 작품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고 소재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수필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자제들도 아버지의 책이라고 직장이나 주변에 자랑스럽게 선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글은 소재가 좋아서 작업을 하는 저도 기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제는 다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수정하라 하신 것 수정 다 했고 제가 직접 최종 교정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말씀해 주시면

그날부터 1주일 안에 책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책은 특히 제가 마음에 듭니다.

먹구의 푸념이라는 제목도 자꾸 생각해도 너무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무게 있고 함축적인 제목을 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책의 부수도 1천부를 제작해 선생님께서 800부 정도 우선 가지시면 되겠는지요,

책 1천부를 제작해서 나머지 200부는 저희가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납본 해야 하는 곳에 납본하고

언론사와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에 입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들이 남으면 나중에 선생님께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글의 좋고 나쁨은 독자의 몫입니다.

일단 그들에게 선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책이 1천부가 기준가로 하기 때문에 약간의 가격은 종잇값 차이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 여유있게 하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책을 나눌 곳의 몇 배는 필요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줄데가 없다고 하시지만

막상 출간을 하고 나면 모자라서 후회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후손들에게도 좀 물려주셔야 하구요.

보내드리는 파일 그냥 죽 훑어보시고 연락주시면 제작에 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이사 신중현 올림